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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한국 경제 척추'… 기간산업 살리기 40조 투입

입력 : 2020-04-23 06:00:00 수정 : 2020-04-23 02: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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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간산업 살리기 40조 투입 / 대·중소기업 안 가리고 전폭 지원 / 재원, 국가보증기금채권 통해 조달 / ‘대기업 퍼주기·먹튀’ 신중론 절충 / 자구 노력·이익 공유 조건 내걸어 / 일각 “40조원으로 부족” 우려도
항구에 쌓여 있는 완성차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20일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26.9% 급감했다는 관세청 조사가 발표된 21일 경기 평택항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가득 차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 석유제품 등의 수출급감은 미국·유럽의 공장의 가동 중단과 국제유가 급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통상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22일 기간산업 살리기에 4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원책은 한국 경제의 척추가 무너지기 전에 손 써야 한다는 긴박한 인식과 ‘대기업 특혜’ 논란을 피하려는 신중론을 절충했다. 대·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전폭 지원하되 기업도 일자리를 살리고 고액연봉을 자제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재계는 정부 지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위기를 해갈할 수 있는 ‘단비’가 될 것이라며 신속 지원을 요청했다. 다만 다가올 위기의 진폭을 고려할 때 40조원으로 충분치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고용 유지·고연봉 제한으로 특혜 논란 방지

정부가 이날 확정한 40조원 규모의 ‘위기극복과 고용을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방안의 지원 대상은 코로나19로 일시적 어려움에 빠진 기업이다.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전력·통신 등 7개 업종을 포함해 법령으로 구체화한다. 지원 방식은 대출, 지급보증, 주식연계증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이나 우선주 매입, 특수목적법인(SPV)·펀드 출자 등 다양하다. 기금은 5년간 한시적으로 운용한다.

정부는 ‘대기업 퍼주기’ 비판 여론을 의식해 조건을 달았다. 일단 기업의 자구노력과 대주주·채권 기관의 책임 분담은 당연하다. 일자리 유지를 위해 노사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6개월 동안 총 직원을 일정 규모로 유지하는 조건을 걸고 지원할 수 있다. 어기면 가산금리, 지원금 감축이나 회수 등의 벌칙을 적용한다.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장치도 마련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원자금을 고액연봉 지급에 써버리거나 주주이익만을 염두에 두고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의 주재하는 文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울러 ‘대기업 먹튀’도 방지하기로 했다. 혈세로 대주주와 기업의 배만 불리지 않기 위해 향후 기업이 정상화됐을 때 국민과 이익을 공유하는 장치를 추가했다. 총 지원금액의 일정 부분(15∼20%)을 주식연계증권이나 상환전환우선주 등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미국도 항공업을 지원하면서 정부가 1억달러 초과 대출의 10%를 주식연계증권 등으로 취득하기로 했다.

◆‘급한 불’ 껐지만 주력산업 불안 여전

정부가 ‘대마불사’ 논란에도 지원책을 마련한 것은 기간산업 붕괴로 인한 전후방 산업의 충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기간산업이 무너지면 2·3차 협력업체의 도미노 충격에 따른 대량 실직은 물론 향후 산업 인프라 재건도 쉽지 않다.

최근 항공·자동차·정유 등 주요 산업은 코로나19발 생산·소비 절벽으로 응급상태였다. 정부가 긴급 소방수로 나서야 한다는 경보음이 커졌지만, ‘대기업은 자구 노력이 먼저’라는 신중론도 여전했다. 방만한 경영과 산업 여건 변화로 인한 대기업 부실까지 혈세로 떠안아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워낙 코로나19로 ‘쓰나미급 충격파’가 예상되다 보니 정부가 발 벗고 나서게 됐다.

 

항공산업의 경우 4월 위기론이 일찌감치 불거졌다.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한국 민간 항공업계가 V자형으로 회복해도 올해 상반기에만 49억달러(5조95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최근 예측했다. U자형으로 회복하면 피해 규모는 59억달러(7조1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3월 16일 기준 인천국제공항의 일평균 여객은 1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91.6%나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보다 실적이 나은 대한항공조차 이달 2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연말까지 갚아야 할 차입금이 4조3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비행기가 뜨지 못해도 매달 고정비만 4000억∼5000억원씩 나간다.

자동차업계 역시 코로나19로 수출이 반 토막 났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가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수출 전망을 조사한 결과 이달 수출은 12만6589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나 줄었다.

 

◆“40조원 충분한가” 우려도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 주력 기간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상당한 위기의식을 정부가 가진 것 같다”면서도 “기간산업에 앞으로 들어올 충격을 예상하면 40조원 갖고는 턱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주력산업들이 고용 과잉이어서 인력 구조조정 필요성이 컸는데 ‘지원해줄 테니 구조조정 말라’는 요구는 현실과 상충된다”며 “석유 화학, 정유, 철강 등 다 안 좋기에 사실 업종을 제한하는 자체가 의미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경제연구실장은 “고용 대란을 막기 위한 조건까지는 이해되나, 정부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은 위험하다”며 “민간의 자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기업 경영에 간섭하기보다는 코로나19 이후 기업이 정상화돼 주가가 오르면 그 차익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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